[세계의 창] 일본의 점차적 쇠락을 부르는 두 요인

입력 2021-07-12 17:39   수정 2021-07-13 00:05

한·일 간 소득격차가 가장 컸던 때는 1973년으로, 일본이 한국보다 9.8배 높았다(당시 한국의 1인당 GDP는 407달러. 세계은행 자료). 그 후 양국 간 소득격차는 줄어들어 작년엔 1.3배까지 좁혀졌다(한국 3만1489달러). 같은 물건을 얼마나 살 수 있는가의 구매력 평가로는 이미 2018년(한국 4만2487달러, 일본 4만1696달러)부터 한국이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다. 격세지감이다. ‘정치 리더십의 미숙 및 개인 판단 능력의 저하’라는 두 요인을 들어 일본의 점차적 쇠락 현상을 들춰보자.

우선 책임주체를 모호하게 희석해 버리는 ‘정치 리더십의 미숙’이다. 일본은 일처리의 책임주체를 묻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담당 위원회가 안(案)을 내고 총회에서 그 안을 승인하며 책임을 희석한다. 의장은 있지만 의사진행 역할에 머무는 정도다. 코로나19나 도쿄올림픽 대응을 봐도 무책임 구조가 드러난다. 코로나19 대처는 자치단체별 대응이며, 전체 사령탑 기능이 발휘되지 못한다.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은 하지만 자치단체에 책임을 미룰 수 있고, 자치단체는 총리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둘러댈 수 있다.

총리가 입발림 발언을 남발하나 책임은 지지 않곤 한다. 작년 3월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코로나19를 극복해) 완전한 형태로 (올림픽 개최를) 실현한다는 데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 작년 11월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도 도쿄올림픽을 “코로나19를 이겨낸 증표로 해 세계로부터 관객을 받아들여 개최하겠다”고 했다(아사히신문 7월 9일자). 올림픽을 열흘 앞둔 지금 도쿄는 확진자가 늘어나 ‘무관객’ 경기로 가닥을 잡았고, 긴급사태 선언으로 영업활동이 제한돼 자영업자는 울상이다. 무책임 정치인과 정치 무관심 국민이 빚어내는 쇠락 현상이다.

다음으로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개인 판단 능력의 저하’다. 일을 추진할 때 매뉴얼이 있어야 안심하고, 매뉴얼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일본인들이다. 그들이 규칙을 잘 지킨다고 하는 것도 ‘매뉴얼 사회’ 일본을 대변하는 말이다. 새로운 사태가 일어나면 그것이 어찌 전개될지 상상력을 발휘해 합당하게 행동하는 판단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한국인 감각으로 말하면 ‘알아서 하는’ 눈썰미가 젬병에 가깝다는 뜻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일본인인지라 매뉴얼 없는 새로운 일 착수에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산업에 빗대 말하면, 매뉴얼대로 제작하는 제조업에는 큰 힘을 발휘하나 스스로 헤쳐나가는 정보통신기술(ICT)이나 핀테크 창업에는 약점을 드러낸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를 비롯한 미국 대기업은 선방하는 반면, 일본의 전자 기업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점차적 쇠락’이라는 표현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소득이 올라갔다는 의미에서 일본의 ‘상대적’ 쇠락이다. 첨단산업을 지탱하는 기반 제조업, 손기술을 이용하는 애니메이션은 앞으로도 한동안 일본의 강점이 유지될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인들은 일본이라는 호리병 속에서 행복을 추구해 갈 듯하다. 소득 수준은 일본에 육박했다 하더라도 소득 불평등과 청년 실업률이 훨씬 높은 한국이 일본에 비해 행복한 사회라고 할 수는 없다. 파이 키우기와 함께 우리가 어떤 사회를 추구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합의 형성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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